은학의 클래스를 몸소 실감한 세희는 자처해서 추가 레슨을 요청해왔다. 은학과 통화를 하며 그 얘기를 전해들은 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리 좋은 기회라고 하지만 이런 식으로 에이전시의 동의도 얻지 않고 마음대로 누군가에게 저런 행위를 계속해도 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 더 레슨을 해주기로 했단 시시콜콜하지만 중요한 이야기를 들었을 땐 안 ...
은학이 도착하여 윤의 집 현관문 앞에 다다라서야 승철이 전화를 받았다. 대화가 이것저것 많이 오갔지만 잔뜩 골이 난 윤에게 들렸던 이야기는 하나뿐이었다. 얘기를 미리 해준다는 게 깜박 잊었다는 말. 별 소득 없었던 전화통화가 끊어졌다. 두 사람에게 현관문을 열어주는 집주인의 표정이 영 유쾌하지 않았다. “윤이 형아악! 쿨럭! 켁! 쿨럭쿨럭!” 윤은 바짝 약...
윤의 콘서트 참가 소식을 들은 은학은 기뻐해야 할지 함께 슬퍼해야 할지 감을 잡기 어려웠다. 무대에 오를 윤을 생각하면 기쁜데 그게 자진해서 나가겠다고 한 것은 아니니 위로를 해줘야할 것 같고. 이제 와 힘내라고 얘기하면 불난 집에 휘발유 갖다 뿌리는 격일 것 같아 입을 열기도 어려웠다. 기분이 저조해 온몸으로 불쾌함의 기운을 뿜어내고 있는 윤의 곁에 앉아...
고민의 고민을 거듭한 윤이 체면 따위 고이 접어 던지고 은학에게 부탁을 했다. 된통 깨진 베토벤 자신의 소나타의 문제점을 짚어달라는 것이었다. 은학은 고개가 떨어져 나갈 정도로 세차게 휘휘 저었다. 자기는 아무리 생각해도 형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할 수가 없을 것 같단 이유에서였다. “닥치고 들어. 그리고 얘기해.” 세 번의 간곡한 부탁의 마지막은 ...
* 해당 글을 그저 픽션으로만 봐주시길 바랍니다. * 본문 내용은 실제 역사와는 어떠한 관계도 없는 허구이며, 미화 또는 합리화 하고자 함이 없음을 알립니다. 좋은 집안에 태어나 많은 것을 누렸다. 내로라하는 일본의 고등학교에 입학하여 신지식들과 지식인들 사이에서 헤엄쳐 다녔다. 고국과 민족의 골과 피를 빨아먹는 흡혈귀라 손가락질 받으면서도 잘만 살아왔다....
밥은 윤이 사기로 했다. 그동안 얻어먹은 것도 있으니 자기도 맛있는 거 한 번쯤은 사주고 싶다 이야기 했더니 은학이 물개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먹고 싶은 거 있으면 그리로 가자고 했다. 그 말에 얼굴에 화색을 띄며 은학이 윤을 끌고 간 곳은 학교 근처 쇼핑센터의 푸드코트였다. 비싸고 맛있는 거 먹어도 된다고 했지만 은학에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눈 ...
두 사람은 간단하지만 다소 시끄러웠던 하루 일과를 마쳤다. 은학은 여느 때와 같이 윤을 집 앞까지 데려다주는 것을 마지막으로 헤어짐을 맞이했다. 마당 넓은 집 앞에 잠시 차를 세워놓고 현관문 앞까지 걸어가는 그 길이 늘 짧다고 생각했다. 선생님은 이왕 집 지으실 거면 마당도 좀 더 크고 넓고 길게 지으시지 왜 이렇게 집만 크게 지으신 거야, 라고 투덜거리며...
“안녕하세요, 연주 정말 잘 들었습니다. 저는 강은학이라고 하고, 저도 피아노를 공부하고 있어요.” 연주자들에게 불쑥 다가간 은학이 자연스럽게 통성명을 했다. 먼저 공연을 했던 연주자들은 미처 촬영 장비를 정리하지도 못한 채로 은학과 인사를 나누었다. “아아- 네에. 잘 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제가 이 피아노를 연주해도 ...
짧게만 느껴졌던 레슨 시간이 지나갔다. 윤은 연락도 없이 귀가하지 않았던 것을 부모님께 늦게나마 사과드렸다. 금방 들어가겠다는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으려 했는데 갑자기 옆에 있던 은학이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배시시 미소 지었다. 윤이 영문을 모르고 고개를 갸웃거리자 은학이 자기를 바꿔달라고 이야기했다. 잠시 휴대폰을 넘겨받은 은학이 살갑게 통화를 시작...
은학은 결심했다. 적어도 자신이 윤의 곁에 있는 한 절대 과음하는 걸 두고 보지 않겠다고. 사실 은학이 볼 땐 과음 축에도 끼지 못하는 양의 맥주 몇 잔 정도였는데 윤은 인사불성이었다. 2차 가자고 고성 지르는 그를 억지로 뒷좌석에 밀어 넣고 정신없이 조르주와 인사를 나눈 다음 간신이 윤의 옆에 자릴 잡았다. 땀이 한 바가지 쭉 빠졌다. 한 품에 들어올 만...
윤은 공연을 보는 내내 몇 번씩이나 튀어나올 뻔 했던 비명들을 참느라 혼자 고군분투했다. 아랫입술을 꽉 깨물거나 가방을 끌어안고 윽윽 거리기도 했고, 종국엔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있어야만 했다. 앵콜곡이 끝나고 나서는 다른 수많은 관객들과 더불어 기립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은학은 귀까지 빨갛게 달아오른 채로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윤을 보며 함께 박수를 ...
한결 부드러워진 분위기 속에 두 사람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피아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각자가 다른 환경에서 교육을 받아왔으니 오고 가는 차이점들이 신기하고 즐거웠다. 또, 윤은 독일과 오스트리아 내의 크고 작은 콩쿠르를 비롯하여 제법 이름 난 피아노 콩쿠르에 참가하여 입상한 경력이 꽤 되는 은학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으며 앞으로 자신의 앞에 펼쳐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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